폴리아모리(Polyamory) vs. 모노가미(Monogamy),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로 알아 봅니다

'성(性)'에 대한 개념들이 넘쳐납니다. 용어들은 미묘한 차이를 보이며, 미처 번역되지도 않은 채 영어 표현을 그대로 달고 통용되고 있습니다. 영어에 약한 사람은 일일이 사전을 찾아봐야 할 형국입니다.

 

인간의 욕망만큼이나 다양한 성에 관한 용어들.... 일부일처제 혹은 '사랑은 한 사람하고만 하는 것'이라는 모노가미에 반기를 들고 등장한 개념, 폴리아모리(polyamory. 다자연애)에 대해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를 통해 알아봅니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폴리아모리를 다루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2008년 개봉됐습니다. 폴리아모리라는 개념이 최근에 생긴 트렌드용어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용어'가 이름표를 달고 회자되기 시작한 것과 별개로 이미 개념은 존재했다는 것. 이는 제도와 관습 이전에, 인간 본성에 관한 부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포스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를 살펴보면,

여주인공 손예진은 폴리아모리스트입니다.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하고 한 사람만 만나야 한다는 것에 반기를 드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자유로운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숨기지도 않을뿐더러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연인이기도 합니다.

 

이는 연애 때나 결혼 후나 마찬가지인데, 일테면 술을 마시고 새벽에 들어와도, 남자랑 자고 들어와도 둘러대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뭐 어때? (혹은 뭐 어쩌겠어?)이게 난데' 식입니다. 아쉬운 점은 영화 전체의 주제가 강함에 비해 연기자의 역에 대한 이해, 장악력이 좀 약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쨌든 그녀는 애인이 있건 말건, 남편이 있건 말건 자신의 신념대로 사는 사람이고 또한 그것을 상대에게 숨기지 않습니다.

 

 

그러다 손예진이 김주혁과의 결혼생활 중 또다른 남자 주상욱을 사랑하게 되고 이에 결혼을 선언하게 됩니다. 물론 법률혼은 김주혁과의 관계에서만 성립합니다. 하지만 손예진은 '결혼과 연애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자신은 '주상욱과도 결혼하고 싶다, 결혼해야겠다'라고 남편 김주혁에게 이해를 구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결혼(중혼)을 합니다. 아이도 낳습니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이렇듯 폴리아모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굉장히 쇼킹했을 주제였을 폴리아모리. 아쉬웠던 부분은 극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 폴리아모리스트의 신념, 카리스마라기보다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고뇌하는 김주혁의 갈등이 더 지배적이었다는 점입니다.

 

 

폴리아모리 뜻과 유래

 

그럼 대체 폴리아모리란 무엇일까요?

폴리아모리(Poly-amory)란 사랑에 있어, 감정적으로, 성적으로 동시에 여러 명의 상대를 갖질 수 있다는 신념체계를 말합니다. 우리말로 '다자연애' 혹은 '다자간연애'로 번역합니다.

 

폴리아모리

 

 

핵심은 '비독점적 사랑'이라는데 있습니다. 오늘날 연애와 사랑, 결혼에 대한 보편적 개념이 '오직 한 사람만을 향한 것'을 이상으로 설정하는 만큼, 폴리아모리는 그에 반기를 들고 '동시에 여러 명을 사랑할 수도 있고 또 결혼할 수도 있음'을 선언하는 개념입니다.

 

폴리아모리의 어원을 살펴보면 'Polyamory'는 ‘poly’와 ‘amor’에서 파생된 'amory'의 결합입니다. 'poly'는 그리스어로 ‘많음’을 뜻하고 ‘amor’은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는 말입니다. 요컨대 폴리아모리는 동시에 많은, 여러 명의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여기서 폴리아모리는 현재의 연애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라기 보다는 신념, 혹은 정체성, 성적 지향에 관계된 개념입니다. 따라서 현재 일대일 연애 관계만을 맺고 있다 할지라도 그(그녀)의 신념체계는 폴리아모리일 수 있는 것입니다.

 

 

폴리아모리스트는 LGBT나 동성애자처럼 성소수자로 분류됩니다. (첨언한다면, '다수'와 '소수'는 중성적인 개념입니다. 많은 사람이 속해 있는 그룹이 '다수'이고, 적은 수의 사람이 속해있는 그룹이 '소수'일 뿐입니다. 하여 '다수가 옳고 소수는 그르다든가, 다수는 정상이고 소수는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경직된 흑백논리입니다.)

 

말이 샜는데, 요컨대 폴리아모리란 다자간사랑, 비독점적 사랑, 비배타적 사랑을 뜻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폴리아모리를 지향하는 신념체계를 폴리아모리주의(Polyamorism, 폴리아모리즘), 폴리아모리를 실천하거나 지향하는 사람들을 폴리아모리스트(Polyamorist)라고 합니다.

 

폴리아모리와 반대되는 개념은 모노아모리(Monoamory. 일대일 사랑) 또는 모노가미(Monogamy. 일대일 혼인)입니다. 이는 독점적 사랑입니다. 따라서 일대일의 독점적 연애를 지향하는 신념체계를 모노아모리즘(Monoamorism), 이런 관계를 실천하거나 지향하는 이들을 모노아모리스트(Monoamorist)라고 합니다. 이는 사랑과 결혼에 관한 오늘날의 보편적 시스템이라 특별히 언급할 게 없는 개념입니다.

 

 

폴리아모리, 개념의 역사

 

폴리아모리에 대한 움직임은 1970년대에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1980년대에 들어 폴리아모리스트를 지원·옹호하는 비영리 단체인 러빙 모어(Loving More)가 설립되었고, 1990년에는 모닝글로리 젤 러벤하트(Morning Glory Zel Ravenheart)가 쓴 ‘연인들의 꽃다발’이라는 기사에 ‘폴리아모러스(polyamorous)’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게 됩니다. 그 후 용어가 변형되어 '폴리아모리'가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폴리아모리의 프라이드 프래그(자긍심깃발)_출처:나무위키

 

폴리아모리 단체, 러빙모아(Loving More)

 

러빙모아는 다자간 연애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1980년대에 미국 오레건 주에는 Ryam Nearing이라는 여성이 두 명의 남편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니어링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망을 형성해 나간 것이 그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처음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폴리아모리스트로서의 어려움을 나누고 대처방법을 고민하다, 1991년에 Loving More 단체를 설립했습니다. 러빙모아는 비영리단체로 현재 약 50개국에서 38,0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하고 있습니다.

 

 

폴리아모리 개념 바로 알기

 

폴리아모리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원칙은 정직과 상대방의 동의입니다.

다른 연인이 있을 때는 상대에게 그 존재를 알리고 동의(혹은 이해)를 얻어야 합니다. 합의 하에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상대를 속이고 하는 ‘바람 피우기’나 '양다리 걸치기'와 구별됩니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를 예로 든다면 손예진이나 주상욱은 폴리아모리스트지만,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괴로워하는 남편 김주혁은 아닌 것입니다.

 

폴리아모리스트들은 일부일처제 등 일대일 관계는 인간 본성에 맞지 않는 결혼제도라고 봅니다.

일대일관계는 독점적 사랑의 형태이고, 이런 관계에서는 상대에 대한 '소유'가 설정됩니다. 이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처음 김주혁이 손예진에 대해 '넌 내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 같습니다.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않는다 해도 모노아모리는 '상대에 대한 소유'를 인정하는 독점성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폴리아모리스트들은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한다는 통상적 관념을 거부하고, 소유하고 독점하는 관계 대신 열린 관계를 지향합니다. 이들은 사랑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제약 없이 열려 있을 때 오히려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믿습니다. 소유는 필연적으로 상대에 대한 통제, 구속을 수반하게 되기 때문에 이는 자유롭게 살 권리,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관습과 제도에서 비롯된 체념과 위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랑을 선택할 수 있을 때 행복한 삶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합니다.

 

 

폴리아모리의 형태

 

폴리아모리의 형태는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폴리아모리스트 한 사람을 중심으로 모노아모리스트 여러 명이 이어질 수도 있고, 모든 사람들이 폴리아모리스트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성별 또한 제약이 없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성욕이나 로맨틱한 감정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구성원 전체에 대해 사랑을 느끼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러한 관계에 동의하고 공동체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폴리아모리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직과 솔직함입니다. 그리고 상대에 대해 동의 내지는 이해를 구하는 노력, 배려입니다. 이 점이 다른 상대와의 관계를 숨기는 불륜이나 바람과 구별됩니다. 요컨대 폴리아모리의 배경에는 자신의 신념에 대한 존중과 함께 상대에 대한 존중 또한 깔려 있는 것입니다.

 

본인은 여러 명을 사랑하고 싶어 하면서 상대방에겐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폴리아모리 개념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핵심은 사랑의 독점성, 지배와 속박을 거부하는 데 있습니다. 당연히 내가 또 다른 상대를 사랑하는 걸 인정받길 원하는 것처럼, 나의 상대에 대해서도 허용돼야 합니다.

 

 

폴리아모리 관련 영화 & 책

 

폴리아모리를 다루고 있는 몇 권의 책과 영화를 모아보았습니다. 바로가기로 연결해 놓았으니 대략의 줄거리를 살펴보세요.

 

책, 폴리아모리

 

책, 우리는 폴리아모리 한다

 

책,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영화, 원더우먼 스토리

 

 

마치며

 

일부일처제가 당연시되고 '사랑은 한 사람하고만 하는 것'이라는 모노가미 사고 또한 익숙한 우리들은 폴리아모리, 다자연애라는 용어에 반사적으로 배타적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도와 도덕, 사회논리를 걷어내고 본다면 보다 인간 본성에 보다 충실한 사랑의 형태는 폴리아모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마다 장점이 다르듯 사람마다 끌리는 점도 다르고,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욕망과 감정은 단선이 아닙니다. 그럴 때

 

그러나 폴리아모리스트들은 성소수자로 분류돼 종종 지탄의 대상이 됩니다. 책 한 권, 영화 한 편 나올 때마다 반향 또한 큽니다. 그런가 하면 사랑이 변질되고 결혼조차 비즈니스가 되는 다수자들은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껍데기뿐인 결혼을 지켜갑니다.  '쇼윈도 부부'니 '졸혼'이니 하는 풍속도는 마치 모노가미(일대일 결혼)가 낳은 사생아 같습니다.

 

너무 시니컬했나요?

진정한 사랑은, 진정한 결혼은 어떤 형태일까 생각해 봅니다. 폴리아모리를 짚어보면서 사랑과 결혼에 대해 새삼 생각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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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두산백과 | 나무위키 | 위키백과 | 여성동아